혼자에 대하여3분 읽기
왜 이름을 묻지 않는가
친구에게는 못 하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할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관계가 깊을수록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친구에게 말하면 그 말이 관계에 남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고, 걱정할 것이고, 어쩌면 판단할 것입니다. 그래서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못 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반대입니다. 말하면 그 자리에서 사라집니다. 다음이 없으니 남는 것도 없습니다. 혼술바에 가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말하는 만족의 이유가 이것입니다. 신상을 밝히지 않고,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고,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 헤어지는 것.
혼플의 게시판이 이름을 묻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입도 없고 프로필도 없습니다. 글마다 그날의 이름이 하나 붙을 뿐이고, 그 이름은 다음 글에서 바꿔도 됩니다. 쓴 사람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 게시판의 규칙이자 약속입니다.
익명은 숨는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대신 지켜야 할 것도 분명합니다.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고,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고, 홍보하지 않습니다. 이름이 없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하는 것들입니다.